2022 MCC 참가 후기(UTMB MCC review)
이 글은 2022년 UTMB Mont Blanc - MCC 직후 저의 인스타그램에 작성했던 글을 약간 수정한 글입니다.
대회에 앞서
MCC는 자원봉사자, 관계자, 로컬 러너 위주로 이루어진 레이스입니다.
2022년 UTMB Mont Blanc 전체 레이스에 참가하는 한국인이 30명 조금 넘었는데 앞선 글에 살짝 언급했듯이, MCC에 참가한 한국인은 제가 유일해서 아무리 보잘것없는 기록이어도 완주하면 한국 1등, 컷오프나 DNF로 인한 완주 실패의 경우 한국 꼴등이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봤습니다.
MCC는 비교적 짧은 코스로 스위스 Martigny-Combe에서 출발하여 두 개의 큰 오르막을 지나 프랑스 Chamonix에서 종료하는 거리 40km, 누적고도 2,200m의 구성이었으나 현지 사정 때문에 코스가 일부 변경되어 거리가 2km, 누적고도가 250m 늘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8시간 완주를 목표로 삼았던 저도 8시간 30분 완주로 목표를 수정해서 달렸습니다.(물론 달린 것 보다 걸은게 더 많습니다)
레이스 후기
시작 전부터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근육 경련,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었는데 근육 경련은 낌새가 느껴질 때 바로 조치를 취했고, 허리 통증은 견딜만해서 다행이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트레일러닝을 하면서 처음으로 스틱을 사용해 봤는데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한 번에 누적고도가 1,000m씩 상승하는 업힐을 두 번 경험하니 스틱이 없었으면 완주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두 번의 업힐을 오르는 동안에는 'MCC도 이렇게 힘든데 100km가 넘는 UTMB, TDS, CCC를 하는 사람들은 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진 걸까'라는 생각을 계속했던 것 같습니다.
중반 이후 다운힐을 시작하면서는 마음이 좀 편해지면서 '목표 시간 내 완주가 가능할까?' 와 '맥도날드에 큰 사이즈 초코쉐이크가 있을까?' 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MCC 완주 순간 |
결과를 말하자면 공식 기록 8시간 31분으로 목표 시간보다 1분 늦었는데(제 시계는 8시간 30분이었는데!), 평지에서 조금만 더 짜내거나, 영양을 보충하기 전에 급수를 위한 줄을 먼저 섰더라면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맥도날드에는 작은 사이즈의 초코쉐이크만 있어서 2개를 먹어야 했습니다.(이름부터 "쁘띠" 쉐이크)
그러고 보면 한국에서 대회에 출전했을 땐 멀리서부터 종소리가 들려오면 CP 도착이다! 하고 마음이 놓였던지라 여기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CP를 나타내는 줄 알았던 종소리는 방목돼있는 소들 목에 걸린 종소리였습니다. 세 번은 속은 듯 하네요.
지나가는 산과 마을 모든 곳에서 Allez! Vamos! Come on! 등 다양한 언어의 응원도 받았는데, 열심히 응원해주시니 그 앞에서 천천히 걸을래야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저의 빕에 있는 태극기를 보고 가자! 라고 외치는 외국인도 있었습니다.
대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내가 이 고생을 왜 하고 있나, 한동안 산은 쳐다보지도 말아야지' 하면서도 몸이 회복되면 귀신같이 다시 찾는 트레일러닝의 매력은 늪과 같습니다. 이렇게 고생했으면 다시는 못 해먹겠다는 생각을 할 만도 한데 '이번에 힘들었으니까 다음엔 좀 짧은 거리 대회를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20여 일 후 26km의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의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하하..)
저의 첫 UTMB 레이스 도전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참고로 올해는 MCC보다 한 단계 높은 난이도인 OCC에 참가 예정이고, 그 전에 2~3개의 다른 대회도 참가할 계획입니다. 그 중 MCC와 비슷한 코스 길이와 누적고도를 가진 레이스가 있는데, 작년에 비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아니면 오히려 퇴보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