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UTMB 몽블랑 돌아보기(UTMB Mont Blanc review) - 1

전 세계 트레일러너의 축제 UTMB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이벤트인 UTMB 몽블랑이 끝났습니다. 지난 글에 언급했듯, 올해가 UTMB 20주년이었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는 작은 행사도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오프닝 세리머니에서 역대 UTMB 우승자를 UTMB 레전드로 한 명씩 소개하였습니다. 10명의 남자 선수, 12명의 남자 선수가 각각 호명되었고, 총 22명 중 15명의 레전드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UTMB 레전드는 이를 기념하는 팔찌를 선물로 받았고, 이 중 6명은 릴레이 형식으로 UTMB 레이스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UTMB 레전드

모든 UTMB 레전드가 큰 환호를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선수는 Courtney Dauwalter 선수였습니다. 제 블로그 글에서 유일하게 선수 개인에 대해 썼던 글이 Courtney Dauwalter 선수에 대한 글이었고, 그 당시만 해도 WSER과 Hardrock100을 우승한 상태이자 UTMB까지 참가하기엔 회복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UTMB 참가까지 선언하며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UTMB 레전드이면서 올해 UTMB 레이스에 참가하는 선수가 총 3명이었는데(릴레이 제외), 그 중 여자 선수는 Courtney Dauwalter 선수가 유일했습니다.

 

레이스 결과

여성부

쟁쟁한 선수들의 참가로 우승자가 예상되지 않았던 남성부와 달리 여성부의 시선은 Courtney Dauwalter 선수에게 쏠렸습니다. 여성부의 관전 포인트는 오직 “Courtney Dauwalter 선수가 WSER과 Hardrock100에 이어 UTMB까지 우승하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였습니다.

Courtney Dauwalter 선수의 트리플크라운을 막을 선수로 그나마 Ruth Croft 선수가 언급되었지만, 아쉽게도 Ruth Croft 선수는 대회 전 바이러스 감염으로 아예 참가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2022년 UTMB 5위를 차지했던 Eszter Csillag 선수는 레이스가 있기 2일 전 배가 불편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 문제가 레이스 당일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팀원과 남편에게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레이스에 임하려 했으나 얼굴에 드러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졌고, 결국 코스의 1/4도 지나지 못한 채 DNF를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여성부는 Courtney Dauwalter 선수의 독주였습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무리하지 않고 완주하여 트리플크라운이라는 대업을 달성하는 것뿐이었습니다. UTMB 오프닝 세리머니에서 UTMB 레전드를 소개할 때도 가장 많은 환호를 받은 선수가 바로 Courtney Dauwalter 선수였는데, 이번 UTMB 주로에서도 동일했습니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정말 많은 사람이 그녀를 응원했는데, 특히 Col de la Forclaz를 지날 때는 앞서 지나간 남성부 선수들보다도 훨씬 큰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 순간은 남성부의 Jim Walmsley 선수와 Francois D’haene 선수가 Vallorcine Aid Station에서 함께한 장면만큼이나 명장면이었습니다.

2021년 22시간 30분 54초로 완주해 남녀 통합 7위를 차지했던 기록보다는 느린 23시간 29분 14초로 완주했지만, Courtney Dauwalter 선수는 이미 역대 최고의 여성 울트라 트레일러너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기록보다는 완주에 초점을 두었던만큼 힘든 레이스가 예상되었는데, 레이스 후 인터뷰를 보면 100km를 지나 가장 높은 지점인 Grand Col Ferret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온몸에 피로가 느껴졌고, 고통이 너무 커 레이스를 진행할 수 없는 정도를 의미하는 일명 “Pain Cave”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Grand Col Ferret 꼭대기에 도착했을 때는 다리에 아무 힘이 없어 결국 완주할 때까지 짧은 보폭을 유지해야 했다고 합니다.

가족, 팀원들과 함께 사진찍는 Goatney Dauwalter

2위~4위는 나름 박빙이었습니다. 시간 차이가 크지 않고 레이스 도중 순위가 바뀌기도 했습니다. Katharina Hartmuth 선수는 처음으로 참가하는 UTMB인 만큼 다른 선수들의 레이스를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의 계획대로 레이스를 진행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100km 지점을 지나 4위로 올라가면서(4위였던 Manon Bohard 선수는 이후 DNF) 주로에 있던 사람들이 앞선 2위, 3위 선수와 매우 가깝다고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Katharina 선수는 아직 몇 시간의 레이스가 더 남아있으니 이에 동요하지 않고 현재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앞선 선수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사람들이 응원하며 알려주는 앞선 주자와의 격차는 5분, 2분으로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마침내 Champex Lac을 지나면서 3위였던 Blandine L’Hirondel 선수를 추월했고 이어 2위 Fuzhao Xiang 선수까지 추월했습니다. 결국 24시간 10분 52초라는 기록으로 첫 UTMB 출전에 2위라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Blandine L’Hirondel 선수는 지난여름 열린 WMTRC Trail Long 레이스에서 DNF를 한 데다가 발 부상까지 당해 한 달간은 회복에만 집중했습니다. UTMB 일주일 전까지도 물리치료를 받을 정도였기 때문에 과연 UTMB에서 몸이 얼마나 버텨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더욱이 Blandine L’Hirondel 선수는 이번 UTMB가 자신의 첫 100마일 레이스였기 때문에 레이스 전반부는 이전의 대회와 다를 것 없이 익숙했지만, 100km를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섰습니다. 다행히 127km 지점의 Champex Lac에서 영양을 보충하며 쉴 수 있었고, 그녀의 남편과 가족도 볼 수 있어 다시 힘을 내 완주를 목표로 Champex Lac을 빠져나왔습니다. Vallorcine Aid Station에서는 그녀의 팀원들이 3위 Fuzhao Xiang 선수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아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팀원들의 말대로 Blandine L’Hirondel 선수는 마지막 업힐인 La Flegere 구간에서 Fuzhao Xiang 선수를 역전하고 24시간 22분 50초의 기록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후반까지 순위를 잘 유지하다가 4위로 마무리한 Fuzhao Xiang 선수는 완주 후 피니쉬라인에서 프러포즈를 받아 아쉬움보다 기쁨이 더 큰 상태로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남성부 레이스 이야기로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