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late

트레일러닝 대회 참가 후기 – 몽블랑 마라톤(Marathon du Mont Blanc)

지난 글에서 설명했듯이 몽블랑 마라톤은 UTMB와 함께 샤모니를 대표하는 트레일러닝 대회 중 하나입니다. 특히 42K 레이스는 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일러너가 다수 참가하기도 합니다. 코스 난이도는 작년에 참가한 MCC와 올해 참가 예정인 OCC 사이(지만 MCC에 더 가까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회 봉사활동 참가

전체 참가자가 10,000여 명에 달하는 큰 규모의 대회이다 보니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하기 위한 일손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저 역시 대회 전 Bib 배부 자원봉사에 참가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는데, 만약 대회에서 달리지 않는다면 코스 표시나 대회 당일 안내 같은 역할을 맡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회 참가 후기

저는 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에 속한 42km 레이스에 참가했습니다. 날씨 예보를 봤을 때부터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상당히 고생했습니다. 마지막 레이스가 이보다 더 길었던 75km 레이스였기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서 조금이나마 방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있다면 모름지기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하고 잠도 잘 자야 하건만 레이스 전날 늦은 점심을 먹고 일찍 자겠다는 생각에 저녁을 빵 2개로 때우고 말았습니다. 저녁을 이렇게 대충 먹었으면 계획한 대로 일찍 자기라도 해야 했을 텐데 밤늦게까지 UFC를 시청하느라 잠도 충분히 자지 못했습니다. (트레일러닝만큼 UFC를 좋아하다 보니..) 잘못된 선택을 한 결과는 레이스 중반부터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42km 레이스에만 2,400명 넘게 참가하다 보니 동시에 출발할 수는 없었고 7시 여자 엘리트 선수 출발, 7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나머지 그룹이 출발했습니다. 저는 3번째 그룹에 속해 750분에 출발했으니 이미 앞에 1,000명 넘는 참가자가 달리고 있던 셈이었습니다.

초반은 힘든 구간이 없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통과했고 13km쯤에 위치한 첫 CP를 지나 코스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2,200m Col de Posettes를 오르는 동안은 정체가 심해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 올라갔는데 힘을 아낄 수 있어 오히려 좋았습니다. 이후에도 속도가 느려지는 업힐 구간과 테크니컬한 다운힐에서는 정체가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느리게나마 계속 움직였고 두 번째 CP Vallorcine까지 좁은 다운힐에서 발이 미끄러져 한 번 넘어진 것 말고는 무난히 내려갔습니다.

Marathon du Mont Blanc_1
이때까지만 해도 힘이 있었는데..

레이스가 중반을 지나면서 전날 충분한 영양과 수면을 취하지 않은 후폭풍이 불었습니다. CP에서 충분히 먹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배가 금방 꺼져서 힘이 쭉쭉 빠졌습니다. 더군다나 다시 업힐이 시작되어 걷게 되자 졸음도 몰려왔습니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은 컨디션을 더 빠르게 떨어뜨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 CP La Flegere를 오르는 동안은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습니다. 중간중간 쉬거나 다리에 쥐가 나는 사람도 여럿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와중에 저는 졸음을 쫓고자 뺨을 세게 때려가며 레이스를 이어갔습니다.

마지막 CP를 나오면서 그래도 어찌어찌 완주는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42km를 달렸는데도 저는 아직 산에 있었고..(완주 후 확인해 보니 44km 조금 넘는 거리) 코를 푸는데 갑자기 코피가 터지고.. ‘마지막까지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샤모니 시내에 접어들었습니다. 샤모니 시내에 들어오면 바로 결승선을 통과할 줄 알고 남은 힘을 쥐어짰는데 시내를 좀 더 달려야 해서 마지막까지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완주와 동시에 8월 말 참가 예정인 OCC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8월 역시 매우 더울 것이고 몽블랑 마라톤보다 더 어려운 난이도인 코스 길이 55km, 누적 고도 3,425m의 레이스라 ‘42km 레이스도 쩔쩔매면서 감히 55km..?’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두 달의 시간이 남았으니 조금이라도 더 실력을 쌓고 더위에 적응해야겠습니다. 물론 대회 전날 잘 먹고 잘 자는 것 포함이고요.


대회 우승자와 완주 기록

42km 남성부 우승은 스위스의 Rémi Bonnet 선수가 차지했습니다. 3시간 35 4초로 들어오며 작년 우승자 Jonathan Albon 선수가 세웠던 3시간 35 20초의 기록을 16초 앞당겼고여성부는 미국의 Sophia Laukli 선수가 4시간 12 39초로 들어오며 작년 우승자 Sara Alonso 선수가 세웠던 4시간 14 49초의 기록을 2 10초 앞당겼습니다참고로 레이스에 앞서 남녀 대표 엘리트 선수가 각각 10명씩 소개됐는데남자 선수 10명 중 3명이 DNF를 하는 모습을 보며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라며 정신 승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Marathon du Mont Blanc top 10
몽블랑 마라톤 남/여 Top 10 선수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프랑스 샤모니 여행을 하는 분들을 위한 약간의 팁

샤모니 트레킹 코스 – 락블랑(Lac Blanc)

프랑스 운전면허 교환 절차 및 필요 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