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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모니 트레킹 코스 - 세계에서 가장 '높았었던' 케이블카 정거장 Gare des glaciers

오랜만에 올리는 트레킹 글입니다. 

요즘 부쩍 기온이 떨어졌기 때문에 2,000m가 넘는 산 위쪽은 비가 오는 날에도 비 대신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저 역시 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이번 트레킹을 계획했고, 기대했던 대로 눈을 마주하고 왔습니다. 물론 케이블카를 타고 에귀디미디 전망대를 올라가면 쉽게 눈을 볼 수 있긴 하지만, 집에서부터 천천히 올라간 덕에 트레킹 한 번에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다녀왔던 곳은 Gare des glacier라는 곳인데 이곳을 오르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OCC 대회 참가 이후 9월 초에 이곳을 처음 방문했는데, 그 당시엔 Gare des glaciers를 지나 Plan de l’aiguille를 거쳐 샤모니 시내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눈을 보는 게 가장 중요했고, 해도 일찍 지기 때문에 Gare des glaciers를 거쳐 더 멀리 가지 않고 올랐던 길 그대로 하산하였습니다.

 

샤모니와 에귀디미디 중간 지점에 있는 Gare des glaciers

Gare des glaciersGare(프랑스어로 역, 정거장을 뜻합니다)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케이블카 정거장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과거에 맞은편 Brevent 케이블카가 생기기 전까지 20여 년간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도 했던 이곳은 1924년 샤모니 동계 올림픽이 끝나고 3년 후인 1927년부터 본격적으로 운행되었는데, 이 케이블카는 Gare des glaciers를 올라가면서 지나게 되는 1,675m 지점의 Station de la Para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Station de la Para는 동계올림픽 당시 봅슬레이 종목 코스로도 이용되었는데 아쉽게 1983년 산사태로 인해 소실되었습니다.

Gare des glaciers
2,414m 지점에 도착하면 볼 수 있는Gare des glaciers의 역사

초기 Gare des glaciers의 목적은 에귀디미디까지 연결하는 것이었으나 자금난과 세계대전 등으로 진행이 더뎠고, 결국 1948년 공식적으로 공사가 중단되었습니다. 1951년까지는 관광객을 위해 운행이 되긴 했으며, 이후 얼마간은 공사 인부와 자재를 옮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지만 1958년 운행을 완전히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저희가 잘 알고있는 에귀디미디 케이블카가 새롭게 생기기도 했죠.

지금은 Station de la Para Gare des glaciers 모두 폐건물로 남아있어 음산하면서 동시에 옛날 감성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트레킹 코스

Tunnel du Mont Blanc > Gare des glaciers

이번 트레킹도 역시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Glacier des Bossons 가는 길에 있는 Chalet le Cerro를 향해 오르다 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이어주는 Tunnel du Mont Blanc 방면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 이번 달부터 12월까지 터널이 닫혀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차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래 방향으로 내려가면 Cascade du Dard로 향할 수 있으나 저에게는 이곳이 본격적인 산행 시작 지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Tunnel du Mont Blanc
2개월간 쉬는 Tunnel du Mont Blanc. 저는 바로 오른쪽으로 올라갑니다.

아래 코스맵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곳부터는 계속되는 지그재그 오르막의 향연입니다. 참고로 이번 트레킹의 도착 지점인 Gare des glaciers의 고도는 2,414m인데 이는 에귀디미디까지 위로 1,400m, 샤모니까지 아래로 1,400m 높이차가 있는 중간 지점의 고도입니다. 1,800m 지점까지는 푸른 나무가 우거진 여름 산을 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나무가 사라지면서 갈색, 붉은색이 보이기 시작했고 비로소 가을 산의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또한, 가을 느낌의 산 뒤로 멀리 보이는 산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어 저도 더욱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Gare des glaciers
울긋불긋한 길 뒤로 보이는 눈 덮인 산

다행히 기대했던 대로 2,200m 넘게 올라가면서 눈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많이 쌓인 한겨울의 산행 정도는 아니지만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오르기엔 충분했습니다. 그간 왔던 눈 때문인지 오르면서 옆에 보이는 Glacier des bossons도 전보다 더 하얗게 보였습니다.


Glacier des bossons
오르는 동안 오른쪽에서 볼 수 있는 Glacier des bossons

Gare des glaciers
Gare des glaciers까지 눈을 밟으며 오를 수 있습니다

요즘은 6시 반쯤부터 해가 지기 시작해서 오래 머무르지 않고 하산을 시작합니다. 올랐던 길 그대로 내려가기 때문에 길을 헷갈릴 일은 없었습니다. 마을로 내려올 때쯤에만 약간 다른 길로 가고 집에 도착하니 18.7km가 찍혔습니다. 참고로 Gare des glaciers에서 Plan de l’aiguille를 거쳐 샤모니로 내려갔을 때는 19.5km였습니다. 만약 Gare des glaciers > Plan de l’aiguille > Montenvers 코스로 연계 산행을 한다면 재미있는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Gare des glaciers course map
왔던 길 그대로 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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