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 러닝 대회 참가 후기 - HOKA UTMB Mont Blanc - CCC
2년 전 MCC, 작년 OCC에 이어 올해는 그 다음 단계인 CCC에 도전했으나 DNF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참가했던 Argentrail은 기상 악화로 주최측이 중단을
결정하면서 DNF가 되었지만, 이번 CCC는 제가 스스로 완주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중도 포기한 첫 레이스였습니다.
첫 번째 업힐을 넘고 CP까지 이어지는 내리막 구간에서부터 몸에 힘이
없고, 극심한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충분히 달릴 수 있는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달리지 못하고 졸음에 비틀거리기까지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간을 신경 쓰지 않고 CP에 도착할 때마다
잠을 자보려고 했지만, 불편한 자세와 큰 음악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잔디밭에 누워서
눈만 감았다 뜬 채로 다시 발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아 더 일찍 포기할까도 고민했지만, Champex Lac에서 와이프가 기다리고 있기에 어떻게든 그곳까지만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도착 전 산을 오르는 중에 갑작스러운 배탈이 나서, Champex Lac에 도착하자마자 와이프가 보이건 말건 화장실로 직행했습니다. 그곳에서 남아 있던 마지막 에너지까지 다 쏟아붓고 😥 와이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스태프에게 DNF를 알리고 셔틀버스를 탔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배가 아픈 사람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동일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알아볼 만도 한 것 같습니다.
샤모니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시 잠을 자고 나니 몸은 확실히 한결 가벼워졌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것을 알기에 큰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올해 초 한국에 머물렀을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레이스를 겨우 완주한 이후로 휴식을 취하느라 계획했던 Alsace 100K 레이스에 참가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CCC를 첫 울트라 트레일로 도전한 것부터 어느 정도 실패가 예견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레이스 초반부터 몰려왔던 졸음의 원인이 대회 기간 근무 시간이 오히려 늘어나면서 잠을 제대로 못 잔 탓도 있는 것 같지만, 저희 팀 매니저는 같은 상황에서도 완주를 해냈기에 이 핑계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이 매니저는 예전에 MCC에서 7위를 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긴 합니다. 😅
이제 막 끝났기에 1년 뒤에 어떤 레이스에 도전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레이스가 됐든 일단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20K 카테고리부터 차근차근 도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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