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닝 대회 개최를 두고 발생하는 갈등들
트레일러닝 시장과 대회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과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아시다시피 북한산 국립공원에서는 자연·문화 자원 보전과 탐방객 안전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2030년까지 산악마라톤 등 유사 행사 개최와 참여가 제한됐고, 부산에서도 대회를 앞두고 환경단체가 자연 훼손과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대회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놀라운 건 이 대회 코스가 5km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짧다는 사실입니다. 트레일러닝으로 인한 갈등이 장거리 대회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면서 한편으로 40년 넘는 전통과 역사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Trail du Coudon도 있습니다. 코스가 포함된 Mont Coudon 지역은 EU 생물 다양성 보호 네트워크인 Natura 2000과 관련 있는데, 주최 측은 2026년 대회 개최에 대해 주 정부로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받은 뒤 대회 취소를 공지했습니다. 특히 Natura 2000 보전 이슈로 1월부터 5월까지는 Coudon 산지 접근 자체가 허용되지 않으며, 이 결정은 동물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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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간의 측정을 통해 도출된 지형 변화 및 토양 침식률 출처 : FOUR-YEAR SOIL EROSION RATES IN A RUNNING-MOUNTAIN TRAIL IN EASTERN IBERIAN PENINSULA |
이처럼 코스 마킹, 쓰레기 처리, 토양 침식, 사후 복구 등 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자연 훼손과 관련하여 우려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스페인 발렌시아대학교 지리학과 연구진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발렌시아 L’Alcudia de Crespins 지역에서 공식 트레일러닝 대회와 훈련에 반복적으로 사용된 일부 구간 중 경사진 구간에서 높은 수준의 토양 침식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특정 지역의 단일 사례이고, 대회 기간 외 이용이나 기후 조건 등의 영향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웠다는 한계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모든 트레일러닝 대회가 동일한 수준의 훼손을 일으킨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참고 사례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편, 프랑스 니스 사례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앞선 사례들이 환경과 보호구역 관리 문제에 가깝다면, 니스는 공공예산과 도시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새롭게 선출된 니스 시장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보조금 지원 중단을 선언했고, 그 대상에는 Nice by UTMB와 Ironman 70.3, 국제 페탕크 대회 등이 포함됐습니다. 니스시는 이를 통해 약 265만 유로의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참가자와 주최 측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큰 행사는 도시 홍보와 관광 소비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고, 더욱이 큰 대회일수록 러너들에게는 한 시즌의 핵심 목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UTMB 파이널을 위한 러닝스톤 획득을 계획했던 참가자라면 대회 지속 여부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논란은 있었지만 2026년 Nice by UTMB는 (지원 없이)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다만, 니스 시장이 본인의 SNS에 “축제는 끝났다”라고 강경하게 말한 만큼, 향후 대회 개최를 둘러싼 갈등은 쉽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이 트레일러닝 자체가 문제임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됐기 때문에 대회 운영 방식에 대한 논의도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이 커지고 대회 규모가 확대될수록, 자연공간의 한계와 공공기관의 관리 기준, 지역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질문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트레일러닝 대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엄격해질 수 있지만, 동시에 어떤 지역에서는 지역 홍보와 관광 활성화의 기회로 보고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흐름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쟁점은 단순히 대회를 열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규모로, 어떤 시기에, 어떤 코스로, 어떤 책임과 관리 아래 지속될 수 있느냐에 가까워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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