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얼마나 긴 트레일 레이스가 있을까?
전에 울트라 트레일에 대한 글을 작성하면서 UTMB에서는 코스 길이가 100km 이상인 트레일 레이스를 울트라 트레일으로 정의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세상에 얼마나 긴 울트라 트레일 레이스들이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참고로 로드 레이스 중에는 52일간 883m의 거리(블록)을
계속해서 5,649바퀴 반복하는 루프 레이스 형식의 Self-Transcendence
3100 Mile(4,989km) Race가 있습니다(2023년 1위의 기록은 43일 13시간
33분 23초).
사막 또는 극지방에서도 다양한 스테이지 레이스 형식의 대회가 진행됩니다. 특히, 알래스카 지역에서 열리는 Iditarod Trail은 무려 1,000마일의 레이스인데, 고난도를 자랑하는 만큼 Iditarod Trail 350마일 레이스를 완주해야 신청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로드, 루프, 백야드, 극지방 또는 사막 레이스를 제외한 트레일 레이스 중 초장거리 레이스는 어떤 게 있을까 궁금하여 다시 찾아봤습니다.
세계의 초장거리 트레일 레이스
이미 한국 트레일러너에게도 많이 알려진 해외 초장거리 트레일 레이스로는 (경쟁
종목은 아니지만) UTMB 월드 시리즈 파이널의 300km 25,000m+의
PTL, 이탈리아의 토르데지앙 등이 있습니다. 이 레이스는
한국 트레일러너도 종종 참가하기도 하죠. 이 외 6일간 스테이지
레이스로 진행되는 웨일스의 380km 16,400m 레이스 Dragon’s
Back 레이스도 상당히 유명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레이스 중 엄청난 거리를 자랑하는 트레일 레이스는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해서 한 번 찾아봤고, 흥미로운 레이스 2개를 발견했습니다. 더 긴 레이스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이런 레이스가 있다” 정도로 알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현재는 열리지 않는
스테이지 레이스, 다른 하나는 올해 처음으로 열릴 예정인 레이스입니다.
SwissPeaks 660
먼저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레이스, SwissPeaks 660입니다. 작년까지는 365km 25,900m+코스가 가장 긴 코스였는데 올해
660km 49,000m+ 종목이 추가되었습니다. 스위스
레만 호수 인근 Bouveret에서 출발하여 Oberwald를
찍고(Oberwald 전후로 파트가 2개로 나뉘는데, Oberwald에서는 숙박이 제공됩니다) 다른 코스를 통해 다시
Bouveret으로 돌아오는 660km 레이스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SwissPeaks 360 또는 300km쯤 되는
다른 레이스를 완주한 이력이 있어야 합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Iditarod
Trail과 동일하게 아무나 신청할 수 있는 것도, 조건이 된다고 무조건 참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뽑힐 수 있는 최소 조건을 갖추는 것이죠(마치 UTMB의
러닝스톤처럼). 참고로 작년 SwissPeaks 360 우승자의
완주 시간이 81시간 36분 3초였고 마지막 완주자의 기록이 154시간 9분 21초였으니 이보다 300km 더
긴 660km 코스의 기록이 얼마나 될지 상당히 궁금해집니다.
SwissPeaks 660 코스맵 |
Great Himal Race 2017
두 번째로 소개할 레이스는 지금은 열리지 않는, 스테이지 레이스 Great Himal Race 2017입니다. 이름에서 대충 느낌이
오듯이, 히말라야 산맥 일대를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총 1,609km
84,000m+의 어마어마한 레이스입니다. 칸첸중가 베이스캠프에서 출발하여 Helambu 지역까지 가는 코스는 Himal Race와 동일하지만, 이 레이스는 Great답게 반대편 국경 지역인 Hilsa까지 코스가 이어집니다. 높은 지점은 6,000m 가까이 올라가다 보니 SwissPeaks 660의 가장
높은 지점인 2,985m가 초라해 보일 지경입니다.
Great Himal Race 2017 코스맵 |
총 11명의 선수가 이 레이스를 완주했는데 가장 먼저 도착한 네팔의
Jagan Timilsina 선수가 45일(315시간 37분) 만에
완주했고, 마지막으로 완주한 두 선수는 이보다 3일 늦은
48일(500시간) 만에
완주했습니다. 이 외의 선수들은 짧게는 첫째 날, 길게는
45일째에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코스가 코스인 만큼 이러한 종류의 초장거리 레이스는 순위가 중요하지 않고 완주한 모두가 승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도 올해 100km 레이스를 2개 계획하고 있는데 레이스 도중 힘든 순간이 오면 이 레이스들을 떠올려서 100km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최면을 걸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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