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레일러닝 대회 - PIKES PEAK ASCENT
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 파이널 무대 전, 마지막 두 레이스는 미국에서 진행되었습니다. Pikes Peak Ascent와 Mamooth 26K가 두 레이스였는데, 이번 글에서는 Pikes Peak Ascent 레이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PIKES PEAK ASCENT
코스 길이 21km, 누적 고도 2,382m라는
설명만 보면 코스 길이에 비해 고도만 약간 높은, 큰 특징은 못 느낄 수 있는 레이스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레이스
시작점의 고도가 이미 1,920m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가장
높은 지점은 무려 4,302m이기 때문에 걷기도 쉽지 않은 곳에서 달려야 하니 결코 쉽지 않은 레이스입니다.
이 레이스의 두 번째 특징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업힐 레이스라는 점입니다. 업힐과 다운힐이 반복되는 여느 트레일러닝 레이스와 다르게 Pikes Peak
Ascent는 1,920m 고도의 시작점에서 4,302m
완주지점까지 계속해서 오르기만 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코스 특성 때문에 작년에도 많은
엘리트 선수가 고생했고, 올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레이스 결과
남성부
Sierre-Zinal에서 DNF로
아쉬운 모습을 남겼던 Rémi Bonnet 선수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Rémi Bonnet 선수는
작년보다 일주일 일찍 도착하기도 하고, 레이스 20일 전부터
방에 저산소 공간을 만들어 훈련하고 자는 등 높은 고도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첫 2키로가 로드 러닝인 만큼 여러 명으로 선두 그룹이 형성되었으나
본격적으로 산에 접어들면서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Rémi Bonnet 선수는 Patrick Kipngeno 선수와 같이 달리다가 Patrick 선수가 잠시 물을 얻는 사이 앞으로 치고 나갔고, 결국
Rémi Bonnet 선수의 독주는 끝까지 이어졌습니다.
높은 지역은 눈으로 뒤덮여 빠르게 달리기 쉬운
조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Rémi Bonnet 선수는 끝까지 속도를 내며 2시간 20초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1993년 Matt Carpenter 선수가 세운 2시간 1분
6초의 기록을 30년 만에 깨는 순간인 동시에 신기록 경신으로 10,000달러의 보너스 상금을 획득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만약 눈이
없거나 적었으면 더 빠르게 완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Rémi Bonnet 선수도 인터뷰에서 2시간의 벽을 깨기 위해 다시 오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30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쓴 Rémi Bonnet 선수
©GoldenTrailSeries® - Pike Peak Ascent – the.adventure.bakery
2위는 2시간 4분 9초로 완주한 Patrick Kipngeno 선수가 차지했습니다. 미국에서의 첫 레이스이자 눈 위에서 달린 첫 레이스임에도 매우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3위는 2시간 7분 40초의 기록으로 완주한 Eli Hemming 선수가 차지했습니다. 2위와 3위 선수가 레이스 후 인터뷰에서 입을 모아 Rémi Bonnet 선수에 대해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 같다고 표현할 정도이니 Rémi Bonnet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 외 42km Pikes
Peak Marathon 레이스에서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Seth Demoor 선수가 4위, 이미 4번의 Pikes Peak Ascent 우승 경험이 있는 Joe Gary 선수가 5위, 올 시즌 제가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인 Roberto Delorenzi 선수가 1초 늦은 6위를
차지했습니다. 줄곧 3위로 달리다 고산에서 급격히 컨디션이 떨어진 Daniel Osanz 선수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7위를 차지했습니다.
여성부
여성부에서는 아무래도 올 시즌 가장 폼이 좋은
선수 중 한 명인 Sophia Laukli 선수의 강세가 두드러졌습니다. 하지만
올해 Sophia Laukli 선수를 이겨본 경험이 있는 Judith Wyder
선수가 부상에서 돌아왔고, 작년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냈다가 올해는 부상으로 쉬었던 Sara Alonso 선수도 8월 말 ETC 레이스
우승과 함께 복귀를 알렸습니다.
선두 그룹은 Sophia
선수와 Judith 선수의 몫이었습니다. Sophia 선수는
레이스 중반 이후까지 Judith 선수 바로 뒤에 붙어 달리며 비교적 힘을 덜 소비하고 심리적인 압박도 줄
수 있었습니다. 결국 레이스를 4km 정도 남기고 속도를 내기 시작한
Sophia 선수가 역전에 성공하며 2시간 35분 54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올
시즌 세 번째 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Sophia 선수는 시리즈 랭킹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게 되었습니다.
역전 우승을 차지한 Sophia Laukli 선수
©GoldenTrailSeries® - Pike Peak Ascent – the.adventure.bakery
Judith Wyder 선수는 2시간 39분 35초로 완주하며 2위를 차지했습니다. 막판 역전을 당해 충분히 아쉬울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달렸기 때문에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인터뷰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Anna Gibson 선수는 처음으로 참가한 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 레이스에서 2시간 43분 59초의 기록으로 깜짝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외 Dolomyths Run에서 4위를 차지했던 스페인의 Malen Osa Ansa 선수가 4위, Sara Alonso 선수가 5위를 차지했습니다.
시리즈 마지막 레이스인 Mamooth 26K는 비교적 짧은 간격으로 Pikes Peak Ascent 6일 후에 진행됐습니다. 이미 랭킹 포인트를 충분히 쌓아 불참한 선수도 있지만, 이왕 미국에 온 김에 하나 더 참가함과 동시에 마지막 포인트 획득을 위해 달린 선수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Mamooth 26K 레이스에 대해 리뷰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