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late

해외 트레일러닝 대회 - Zegama-Aizkorri

“Zegama is Zegama”

Zegama-Aizkorri(이하 제가마)를 달리는 모든 트레일러너가 입을 모아 하는 말입니다. 다른 레이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무엇이 제가마에 존재하기에 이런 표현이 생겨났을까요?


Zegama-Aizkorri 소개

제가마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서 열리는 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의 시즌 첫 번째 레이스입니다. 1년 중 180여 일은 비가 오는 이 지역은 특히나 테크니컬한 구간이 많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레이스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밤새도록 많은 비가 내려 코스는 진흙투성에 매우 미끄러워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마의 시그니쳐 구간인 Sancti spiritu에서는 언제나처럼 많은 사람이 코스 양옆에서 업힐을 오르는 선수에게 환호하고 응원을 보냈습니다.

 

sancti spiritu
Sancti spiritu에서 보내는 응원
©GoldenTrailSeries® - Zegama Aizkorri – Martina Valmassoi

2002년 처음 열린 제가마는 코스 길이 42km, 누적 고도 2,736m를 자랑합니다. 남성 코스 기록은 Kilian Jornet3시간 3640, 여성 코스 기록은 Nienke Brinkman4시간 1643초입니다. 올해는 아무래도 날씨 때문에 기록을 세우기엔 어려웠습니다.


주요 참가 선수

남성 선수들은 익숙한 얼굴이 많이 보였습니다. 2018년 제가마 레이스 우승자이자 2022년 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 최종 우승자 Remi Bonnet, 2022년 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 2개의 레이스 우승자이자 CCC 2위를 거둔 Jonathan Albon, 시리즈에서 1위는 못 하지만 꾸준히 참가하여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는 Elhousine Elazzaoui 등 작년 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에서 활약했던 선수 대부분이 그대로 참가했고, 반면 Nienke Brinkman, Sophia Laukli, Sara Alonso 등 작년에 좋은 활약을 펼쳤던 여성 선수들은 이번 레이스에 불참했습니다.


레이스 결과

궂은 날씨와 젖어있는 코스 때문에 많은 선수가 주로에서 미끄러지고 넘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속도를 내며 서로를 추월했고, 예상대로 업힐은 Remi Bonnet, 테크니컬한 구간에서는 Jonathan Albon이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다운힐에서는 첫 업힐을 7위로 끝냈던 Manuel Merillas가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며 3시간 421초의 기록으로 우승했습니다. 2위는 27초 늦게 들어온 Elhousine Elazzaoui, 3위는 Jonathan Albon이 각각 차지했습니다

여성부는 독일의 Daniela Oemus4시간 3154초의 기록으로 우승했습니다. 2위는 2022년 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 최종 6위를 거둔 Caitlin Fielder, 3위는 스위스의 Theres Leboeuf가 각각 차지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아시아 선수가 적은 가운데 중국의 Miao Yao가 참가하여 초반 업힐을 선두로 마쳤지만, 후반에 컨디션이 무너져 24위로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 글에서 언급했듯이 제가마는 참가인원이 500여 명으로 제한되어 달리게 되는 것만으로 의미가 큽니다. 이번에도 13,830명이 사전 등록을 신청했으나 538명만 최종적으로 뽑혔고, DNS(Did Not Start) 54명을 제외하면 총 25개국에서 484명의 트레일러너가 참가했습니다. 이 중 77명은 아쉽게 DNF(Did not Finish) 되었습니다.


2023 제가마 우승자 Manuel Merillas

2023년 제가마 우승자 Manuel Merillas에게 2022년은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습니다. 그는 OCC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에서도 파이널 스테이지 레이스 직전까지 다른 선수들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었습니다. 큰 포인트 차이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Remi Bonnet를 제외하고 선수 간 포인트 차이가 크지 않아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고, Manuel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문제는 파이널 스테이지의 첫 번째 레이스. Manuel은 여느 선수와 다르게 기성 제품의 트레일러닝 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대나무와 테이프만을 이용하여 스틱을 자체 제작했습니다. 150유로가 필요할 뻔했던 일이 단돈 3유로로 해결되어 상당한 효율이 예상됐지만 이 스틱이 문제였습니다. 첫 번째 업힐을 끝내고 CP에서 자신의 스틱을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스틱 없이 레이스를 완주했기 때문입니다. 대회 규정상 스틱을 가지고 출발했으면 반드시 완주 시까지 스틱을 소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Manuel은 이 규정을 인지하지 못했고, 5위로 결승선에 들어왔으나 결국 실격 처리되고 말았습니다. 실격이 되지 않았더라면 68포인트를 획득하여 단숨에 2위로 오르게 됐을 텐데 0점을 획득하는 바람에 8위에 머무르게 됩니다. 좀처럼 실격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져 버린 Manuel은 마지막 레이스에서는 53위를 하는 등 첫 레이스 실격 후 남은 레이스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결국 최종 8위로 월드 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 더욱 절치부심하여 레이스에 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더욱이 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 레이스 첫 우승이기 때문에 더욱 뜻깊기도 할 것입니다.

Manuel merillas
1위로 들어오는 Manuel Merillas
©GoldenTrailSeries® - Zegama Aizkorri – The Adventure Bakery

다음 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 레이스는 제가 사는 샤모니에서 열리는 몽블랑 마라톤입니다. 저도 몽블랑 마라톤에 참가할 예정인데, 엘리트 선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기대가 됩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프랑스 샤모니 여행을 하는 분들을 위한 약간의 팁

샤모니 트레킹 코스 – 락블랑(Lac Blanc)

프랑스 운전면허 교환 절차 및 필요 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