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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로 다녀온 루마니아 (수체아바)

UTMB 몽블랑을 한 달여 남겨두고, 루마니아로 짧은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저에게는 첫 루마니아, 와이프에게는 무려 13년 만의 방문이라 둘 다 무척 설렜습니다.


이번 휴가를 통해 와이프는 오랜만에 할머니 댁을 찾을 수 있었고, 저는 예전부터 관심 있었던 Bucovina Ultra Rocks 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루마니아 방문기를 다루고 다음 글에서는 Bucovina Ultra Rocks 대회 후기를 써보려 합니다.

Suceava
부코비나 지역의 중심지였던 수체아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루마니아에서도 수도 부쿠레슈티가 아닌 부코비나 지역의 수체아바라는 도시는 더욱 생소한 편입니다. 부코비나 지역은 오늘날 루마니아 북동부와 몰도바 지역이 함께 속해 있던 몰다비아 공국 시절, 종교와 문화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수체아바는 약 200년 동안 몰다비아 공국의 수도로 기능하며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던 역사가 있어 중세 시대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요새, 수도원 등으로 유명합니다. 대회를 마치고 할머니 댁으로 이동하면서 방문한 Sucevița 수도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곳이기도 합니다.

Sucevița 수도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록돼 있는 Sucevița 수도원

할머니 댁은 매우 작은 시골 마을인 Românești라는 곳인데, 이곳을 지나는 Prut강은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해 루마니아와 몰도바의 국경을 형성하는 약 950km의 매우 긴 강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몰도바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실제로 강만 건너면 바로 몰도바) 제 핸드폰 인터넷도 저도 모르는 사이 몰도바로 잡혀서 로밍 요금이 청구됐다는…

Prut river
여기만 넘어가면 몰도바!

사실 대회 후에는 푹 쉬고 오자는 계획이 있었지만, 지치지 않는 8살 꼬맹이와 매일 같이 놀다 보니 그 계획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인터넷을 멀리하고,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시면서 몸과 마음을 리셋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습니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마음껏 먹고 마신 것도 여행을 즐기는 데 한몫했습니다. 루마니아는 아직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고 RON(레우 또는 레이)라는 자국 화폐를 사용하는데 100RON이 20유로 정도였습니다. 식당에서 메뉴 3개 + 음료 2잔 + 커피 2잔 가격이 40유로 조금 안 됐으니, 샤모니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저렴하다고 볼 수 있죠. 특히, 샤모니에서 스테이크를 먹을 땐 항상 질기거나 뻑뻑해서 만족한 적이 없었는데 루마니아에서는 훨씬 저렴하고 부드러운 스테이크를 즐겼습니다.

샤모니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루마니아 물가

부쿠레슈티 같은 대도시는 방문하지 못했지만, 부코비나 지역을 다니면서 몇 가지 인상적인 점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많고, 꽃이 많고, 들개도 많고, 새로 지은 멋진 집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출산율이 1명 중후반대라고 하더니 거리나 공항에서도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차로 지나는 많은 지역은 옥수수와 해바라기밭이 가득했고, 집마다 꽃이 심어져 있거나 걸려 있었습니다. 들개들도 상당히 많이 보였는데, 풀어놓은 개들이 많아서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고양이나 개가 로드킬을 당한 모습을 매일 봤을 정도였습니다. 신축 주택도 꽤 인상 깊었는데요, 완전히 새로 지은 현대식 집 옆에 낡은 집이 나란히 있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마을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분위기였습니다.

Suceava
상당히 많은 신축 집들

작년 불가리아 여행에서도 느꼈지만, 동유럽은 확실히 동유럽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대도시보다 소도시나 시골을 방문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보니, 오히려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다음 휴가는 10월이 될 것 같은데, 10월엔 과연 어디를 가는 게 좋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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