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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러닝 대회 참가 후기 - Bucovina Ultra Rocks

Bucovina Ultra Rocks는 Transylvania, Ecotrail Cluj 등과 더불어 루마니아를 대표하는 트레일 러닝 대회 중 하나로, 올해 6회를 맞이했습니다. 5K부터 100M까지 레이스 카테고리가 다양한데, Europe Trail Cup 레이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 대회입니다. 이중 제가 참가한 건 33km의 Rocky 33이라는 레이스였습니다.

Bucovina Ultra Rocks
Bucovina Ultra Rocks 스타트/피니쉬 라인


지난 글에 수체아바까지의 여정을 다루지는 않아서 이번 글에 다뤄보자면, 제네바 공항에서는 대회장과 가장 가까운 루마니아 수체아바 공항까지 운행하는 직항 항공편이 없어서 밀라노 공항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밀라노행 버스가 샤모니에 40분가량 늦게 도착하고, 더군다나 몽블랑 터널을 지나는 차가 너무 많아 터널을 지나기 전에 이미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는 점입니다. 결국 계획했던 밀라노 시내 구경은커녕 터미널에서 바로 공항으로 가야 했고, 공항에 도착했을 땐 이미 식당도 문을 닫아서 대충 샌드위치로 허기를 때워야 했습니다. 비행기 시간도 새벽 5시 25분이라 공항 의자에서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래도 도착한 날 레이스에 참가하는 게 아니라 하루는 푹 잘 수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회복이 덜 됐었나 봅니다. 첫 번째 CP를 지나면서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고, 코스 중반에는 산속으로 들어가는 구간이 많지 않아서 자리를 잡고 쉬지 못한 채 천천히 걷기만 했습니다.

이미 예상 완주 시간은 훨씬 늦어졌겠다, 완주에 의의를 두자는 생각으로 두 번째 CP에서 잠을 청했는데, 88%가 루마니안인 대회에서 웬 한국인이 정신 못 차리고 자는 게 신경이 쓰였는지, 자원봉사자와 주자분들이 괜찮냐고 말을 걸어주시기도 했습니다. (사실 잠 잘 들려고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나름 잘 쉬어서인지 두 번째 CP 이후로는 다행히 잠이 오진 않아 완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uconiva Ultra Rocks 모든 레이스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1.4km, 400m+ 구간에서는 다리에 살짝 쥐가 올라오기도 했지만, 아예 멈출 정도는 아니어서 정말 천천히 올랐습니다.

Bucovina Ultra Rocks
첫 번째 CP에 있던 바비큐(중 하나). 이건 절대 못 지나치지 / 📷 : Bucovina Ultra Rocks 페이스북

CP 음식에 대해서도 언급하자면, 첫 번째 CP에서는 지역 레스토랑과 협업하여 생맥주와 바비큐가 제공되기도 했습니다. 배가 너무 고팠지만 빵이 안 보여서 고기로 배를 채웠는데, 상당히 맛있어서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날 저녁도 이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로!🥩) 반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든 CP에서 시원한 물과 음료가 없는 건 아쉬웠고, 첫 번째 CP에 너무 힘을 주느라 나머지 CP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Bucovina Ultra Rocks
잠 깨고 뒤늦게 뛰뛰

사실 이날은 날씨가 극단적으로 바뀐 날이기도 했습니다. 낮에는 루마니아의 많은 지역이 50년 만에 폭염 기록을 갈아치운 반면, 밤에는 천둥을 동반한 매우 강한 비가 내렸습니다. 재난경보 알람이 올 정도로 심한 비와 강풍인 데다가 정말 갑작스럽게 날씨가 바뀌었기 때문에 피해도 상당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모두 안전하게 대피하기 전에 88K 주자 한 분이 쓰러지는 나무에 피해를 당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구조를 위해 출동한 분들도 나무가 너무 많이 쓰러져 있어 전기톱으로 나무를 썰어가며 길을 뚫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진행 중이던 100M, 110K, 88K 레이스가 중단, 다음날 15K 레이스는 취소되었습니다.

이번 Bucovina Ultra Rocks는 예상치 못한 변수와 아쉬움이 있었지만, 휴가와 대회 참가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이룰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4월에 참가했던 대회는 거리가 짧아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번에는 비로소 ‘대회에 참가했다’라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다만 다음에 참가할 대회에서는 부디 졸음과 싸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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