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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러닝 대회 참가 후기 - 장수트레일레이스

작년에 샤모니에 방문하신 장수군청 및 김영록 대표와의 인연으로 마침 한국에 머무는 동안 열린 장수트레일레이스에 다녀왔습니다. 장수는 처음 방문해 보는 지역이었지만 프랑스 샤모니처럼 한국의 트레일러닝 성지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노력이 느껴져 참가 전부터 상당히 기대됐습니다.

 

지난여름 OCC가 마지막 트레일러닝 대회 참가였다 보니 기대 못지않게 걱정 또한 가득했습니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최근 들어 한국에 올 준비하느라, 한국 도착해서도 이런저런 약속으로 연습이 충분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한국에 온 이후로 잠을 단 하루도 잘 잔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두통을 계속 안고 있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기, 몸살 기운까지 더해져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옆에서 와이프는 달리지 말고 쉬라고 말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안 달리고 쉬냐며 출발선에 섰습니다.

 

제가 참가한 레이스는 38K-P 코스였는데, 초반부가 임도로 구성되어 다른 레이스처럼 시작하자마자 산에 진입해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첫 번째 CP까지는 오르막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무난하게 달렸습니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되면서였습니다. 확실히 몸이 좋지 않은지 별로 올라가지 않아도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샤모니에서 달리던 느낌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20K 레이스를 신청한 와이프가 부러워졌습니다. 레이스 당일에도 잠을 설친 탓인지 졸음도 계속 밀려와 앞뒤로 주자가 떨어져 있을 때마다 뺨을 세게 때려가며 코스를 달렸습니다.

 

이미 좋은 결과는 기대할 수 없겠다 싶어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완주하기로 생각했습니다. 중간중간 쉬어가며 장수에 같이 내려온 일행에게 전화하여 어디쯤 달리고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20K 38K가 만나는 활공장에서 와이프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와이프가 오지 않아 결국 먼저 피니시 라인을 향해 내려갔고, 작년에 샤모니에 방문하여 ETC를 달렸던 굿러너컴퍼니 직원분과 약간의 대화도 나눴습니다.


Jangsu Trailrace
완주 후 기념사진

7시간 36 8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는데 이전에 참가했던 대회들은 항상 완주 후 조금만 더 힘을 내볼걸, 더 달려볼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면, 이번만큼은 그런 아쉬움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괜히 더 무리했으면 앓기만 하다가 샤모니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비운 것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레이스를 마친 후 바로 장수를 떠나지 않고 인근 펜션에서 1박을 더 한 후에 다음날 느긋하게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금요일 저녁 재료소진으로 일찍 마감하여 먹어보지 못했던 순두부찌개를 아침으로 먹고(단호박 식혜가 더 인상깊었던…!) 올라오는 길에는 용담호에서 벚꽃 구경도 즐겼습니다.

 

용담호
벚꽃 구경

앞으로는 장수트레일레이스에 더욱 긴 코스가 생겨날 예정이라고 하는데, 대회 성장세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에 1,200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음 대회의 규모와 구성은 어떨지 기대됩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샤모니가 나온다는 소식에 텐트밖은유럽이라는 예능을 시청했습니다. 전형적인 트레일러너 복장으로 출연진을 지나쳐 달리는 외국인이 있었는데 자막에는현지 트레커라고 소개되는 것을 보며 트레일러닝이 더욱 대중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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