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트레일러닝 대회 - 서울100K(Seoul100K)
트레일러닝의 특징이라고 하면 자연 속에서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높은 지점에 올라가서 사방이 확 트인 풍경을 보면서 내달리면 그것만큼 상쾌한 것도 없죠. 하지만 그만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기도 합니다. 동네 뒷산에서 대회를 개최할 수는 없고, 아스팔트로 포장된 주로보다 나무가 감싸고 흙과 자갈이 밟히는 주로가 많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깨버린 트레일러닝 대회가 있습니다. 바로 서울100K입니다.
서울 중심부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 대회
처음에는 서울에서 큰 규모의 트레일러닝 대회가 열린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인구 천만의 대도시인 동시에 서울 둘레길을 비롯해, 각종
둘레길이 서울 전 지역에 조성되어 있고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
등 고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등산 및 트레일러닝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산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시작
및 종료 지점은 한 번에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주로 역시 일반 등산객과 많이 겹치지
않을 수 있도록 코스를 기획하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러한 문제 때문에
100K 레이스의 경우 코스 후반부는 거의 로드 러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100K 레이스 목록
서울100K는 2019년에
처음 개최되어 성황리에 마쳤지만 아쉽게도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취소됐고, 2021년은 매우 소규모로 운영되었습니다. 특히 100K 레이스는 2회에 나눠 진행되었습니다. 결국 작년이 되어서야 다시 정상 개최되었고 2019년 첫 대회보다
많은 인원이 참가했습니다. 다음은 서울100K의 레이스 목록입니다.
카테고리 | 코스 길이 | 누적고도 | 제한시간 | ITRA 포인트 |
---|---|---|---|---|
100K(Ultratrail) | 110km | 4,680m | 28시간 30분 | 5 |
50K(Skytrail) | 52.2km | 2,840m | 14시간 | 3 |
10K(Beginnertrail) | 11.79km | 650m | 3시간 30분 |
오랜만에 10K 레이스가 다시 생겼습니다. 2019년 1회 대회의 10K 레이스는 남산 둘레길을 달리는 코스였다면 올해의 10K 레이스는 북악산과 인왕산을 오르는, 전에 비해 난이도가 올랐다고 표현하기보다 아예 다른 레이스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한 코스입니다.
50K 레이스는 인왕산, 북한산, 북악산을 오르게 되고, 100K 레이스는 50K 레이스 코스에 들어간 산에 도봉산, 불암산, 아차산이 추가됩니다. 마지막 아차산만 내려오면 종료 지점인 서울광장까지 20km 넘게 남은 코스는 한강과 청계천 로드 러닝 구간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모든 레이스의 시작과 완주 지점이 서울 광장이긴 하지만 50K 레이스의 기록은 49.7km 지점인 인왕산 성벽길에서 측정 종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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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K 레이스 완주 메달 |
2019 서울100K 레이스 참가 후기
트레일러닝 대회가 서울 중심에서 개최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청 사유는 충분했습니다. 저는 50K 레이스를 신청했는데,
그전까지는 20km대의 트레일러닝 대회에만 참가했기 때문에 저에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다행히 코스 대부분이 익숙하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으면 완주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반에는
계획했던 대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레이스를 진행했으나 거리가 늘어나면서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스틱을 이용하여 북한산을 빠르게 오르는 주자를 보며 부러워하기도 하고,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100km 주자들은 경이로웠습니다. 고비는 후반 북악 팔각정을 지나면서부터였습니다. 북악 팔각정을 지나는 순간부터 인왕산을 다시 오르기 전까지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평지와 내리막 구간이 나오지만 허리 통증이 너무 강해 오히려 중간중간 멈춰야 했습니다. 대회를
복기했을 때 가장 아쉬운 구간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인왕산에서 내려오는 동안은 다시 힘을 내어 달렸고 저의 첫 50K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기록 측정이 종료된 인왕산 성벽길에서부터 서울광장까지는
천천히 걸어갔는데, 주말이다 보니 사람이 너무 많아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아쉬운
점을 하나 뽑자면, 트레일러닝이나 마라톤 대회라면 모름지기 피니시 사진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하필 광화문-시청 일대에서 시위가 진행되고 있어서 사진에 찍히기는커녕 마지막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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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K 완주 후 피니셔 티셔츠로 환복 |
꾸준히 생겨나는 크고 작은 대회들
이제는 서울100K뿐만 아니라 북한산 둘레길을 한 바퀴 달리는 “오들로 북한산 65K”, 작년에 처음 개최된 “서울트레일온런” 등의 트레일러닝 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기도 합니다. 서울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트레일러닝 대회가 계속 생기고 있기 때문에 트레일러너들은 어느 대회에 참가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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