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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추억하며

10년 전 오늘, 2014년 6월 26일은 프랑스 생장에서 출발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지나 말 그대로 땅(terre) 끝(finis)을 의미하는 피니스테레(Finisterre 또는 피스테라 Fisterra)에 도착한 날이었습니다. 3개월을 꽉 채운 유럽 배낭여행 중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28일간 걷고, 3일을 추가로 더 걸어 총 31일 만에 피니스테레에 도착한 여정이었습니다.


Finisterre
Finisterre에서 한 컷

종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처럼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은 것도 아니고, 우연히 산티아고 순례길을 배경으로 한 네이버 웹툰을 보게 된 뒤로 막연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축구 경기 직관과 맥주 여행만 계획되어 상당히 널럴했던 유럽 여행에 1/3이나 차지하는 일정이 추가되었습니다.

Camino de Santiago
모든 순례자가 함께 저녁 준비

평소에도 걷는 것을 좋아했을뿐더러, 도시 관광을 하는 것보다 지출을 줄일 수 있었고(실제로 순례길 걷는 31일간 711.61유로 지출), 다른 사람과도 친해질 기회가 많이 있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웠고, 아직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웬만하면 걷는 거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보던 얼굴을 계속 보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져서 때로는 같이 걷고, 식사하기도 했습니다. 그중 몇 명은 요즘도 SNS를 통해 근황을 접하고, 연락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으니 그만큼 짧지만 알찼던 추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Camino de Santiago
지금 가면 왠지 달리고 싶어질 것 같은 순례길

지금이야 트레일 위를 달리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중에 다시 걷고 싶은 길이기도 합니다. 은퇴하신 후 일반적인 완주 기간의 두 배가 넘는 80일을 잡고 순례길을 걷다가 주변에 갈만한 마을이 있다면 잠시 방향을 돌려 그 마을도 여유 있게 방문하시던 노부부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저도 나중에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걷는 것만 좋아했지 달린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고, 당연히 트레일러닝이라는 단어도 몰랐는데 역시 알 수 없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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