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가 되어도 본업을 놓기 어려운 트레일러닝의 현주소
과거에 비해 트레일러닝 시장은 커졌지만, 최상위 엘리트 트레일러너조차 대회 상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본업이 따로 있거나 코칭, 컨설팅, 브랜드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나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프로(전업) 트레일러너로 전환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엘리트 트레일러너 49명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는 12명만이 자신을 100% 프로 선수라고 답했는데, 연간 수입이 10만 유로를 넘는 선수는 6명뿐이었고, 절반은 25,000유로 미만을 번다고 응답했습니다. 주요 수입원은 예상대로 브랜드 스폰서십이었고, 대회 상금, 코칭 또는 컨설팅, 인플루언서 활동이 뒤를 이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입니다. 2024년 Outside 보도에 따르면, 신발 브랜드 계약만으로 연 10만 달러 이상을 버는 미국 트레일러너는 극소수이고, 6~8만 달러를 받는 선수도 많지 않았습니다. 한 분야의 정점에 오른 선수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큰 금액이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론 상금은 예전보다 커졌습니다. UTMB 파이널 우승 상금은 UTMB 20,000유로, CCC와 OCC는 각각 13,000유로입니다. GTWS는 2026년부터 시즌 종합 우승 상금을 30,000유로로 올렸고, 스카이러너 월드시리즈도 종합 우승자에게 15,000유로를 지급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리즈는 종합 우승을 위해 여러 대회에 출전해야 하고, 모든 대회가 큰 상금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시에르지날과 제가마의 우승 상금은 각각 3,000프랑과 3,000유로이고, 비영리 재단이 운영하는 WSER는 상금이 없습니다. 참고로 UTMB도 2018년에야 처음 상금을 도입했습니다.
엘리트 선수들은 참가비, 숙소, 경비를 지원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코칭, 훈련, 장비, 치료 등의 비용까지 생각하면 대회 상금만으로는 남는 게 크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엘리트 선수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상금보다 스폰서십에 가깝습니다. 좋은 성적은 더 나은 계약을 얻는 명분이 되고, 프로 선수로 전향하는 것은 시장 가치를 키울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2025년 Western States 우승자 Caleb Olson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다가 최근 전업 프로 러너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업무 때문에 훈련 리듬이 깨지고, 레이스나 브랜드 행사에도 업무를 위해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생활에 지쳤다고 합니다. 헬스케어 테크 기업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던 Rod Farvard는 9 to 5 근무를 하며 2024년 Western States에서 2위를 했고, 이후 HOKA와 프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Mathieu Blanchard 역시 엔지니어 출신으로, 2023년 전업 트레일러너로 전환했는데, 경력을 살려 올해 Kiprun과 선수이자 엔지니어 역할로 함께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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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빵사로 일하는 Yannick Noël | 📷 inov8 홈페이지 |
본업을 놓지 않는 엘리트 선수들도 있습니다. HOKA 인턴으로 시작해 엔지니어로 일하던 Vincent Bouillard는 2024년 UTMB 우승 후 HOKA 엘리트 팀 계약을 맺었지만, 여전히 파트타임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회사의 CSR 활동에도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트레일러너인 Hannes Namberger는 독일 연방경찰로 일하며, 풀타임으로 근무하다 현재는 70% 근무로 줄였습니다. 안정적인 본업이 주는 경제적 안정감과 정신적 분리가 있기에 더 자유롭게 달릴 수 있고, 은퇴 후 일반 경찰 업무로 전환할 수 있다는 안정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Blandine L’Hirondel은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트레일러너로, 여성 스포츠 장려에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소속팀인 Kiprun에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로서 여성 트레일러너를 위한 신발, 의류 개발에도 아이디어를 내고 있습니다.
2025년 UTMB 7위, La Diagonale des fous 2위를 기록한 Yannick Noël의 본업은 제빵사입니다. 매일 새벽 2시반에 일어나 오전 11시까지 빵집에서 근무하고 오후 5시에 훈련을 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좋은 성적이 먼저인지, 충분한 지원이 먼저인지는 닭과 달걀 문제처럼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정상급 선수가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선수들이 트레일러닝을 커리어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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